[성대규의 좌충우돌] 우물쭈물하다가는 정말
`우물쭈물하다가 이렇게 될 줄 알았어.`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버나드 쇼의 묘비에 있는 글귀이다. 극작가, 소설가, 사회운동가로 누구보다 열심히 살다 간 사람이 남긴 역설적인 충고이다. 사진이 귀했던 어린 시절, 마을에는 노란 코닥 마크를 붙인 사진관이 있었다. 코닥은 필름 생산의 세계 최강자였고, 절대로 내려오지 않을 지존으로 여겨졌다. 지존이던 코닥도 디지털 파도를 넘지 못했다. 세계 필름시장이 연간 20~30% 감소하면서 코닥은 허약해졌고, 몇 년 지나지 않아 파산했다. 잠시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디지털카메라가 코닥을 삼켜 버렸다. ...(중략) 과연 금융업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어떻게 생존하고 발전할 것인가? 무엇보다도 우리가 잘하고 있다는 착각에서 깨어나야 한다. 이제라도 세계의 최신 과학기술과 아이디어가 모이는 곳에 가서 보고 배워야 한다. 일본의 손해보험회사는 실리콘밸리에 디지털 연구소를 설치하고 매일 쏟아져 나오는 기술을 습득하고 있다. 세계 7위의 보험대국인 우리 보험이 기술 강국에 디지털 연구소를 하나라도 설치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더 중요한 것은 `해 봤는데 안 되더라` 라는 생각을 떨쳐 버려야 한다. 지금 기술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서비스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알파고’를 보라. 알파고가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는 이세돌 9단 만큼 바둑을 잘 두지는 못했다. 2년이 지난 지금, 알파고는 세계 최강의 바둑 기사가 되었다. 때로는 4차 산업혁명을 외면하고 싶다. 외면하고 지금과 같이 살고 싶다. 하지만 내가 외면하더라도 누군가는 하기 때문에 외면할 수 없는 안타까움이 있다. 우물쭈물하다가 이 꼴이 됐다는 변명을 준비하기보다 발 빠른 실패를 자주 경험해 보았으면 좋겠다.